그런 게

※ fromDayToDay 2023. 1. 31. 02:18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한다면 분류했을 때 나는 아마 덕질 1세대에 속하고- 라는 건 나보다 윗세대에 덕후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동인이나 팬문화가 덕질을 하는 나와 (부정이든 긍정이든) 타인에게도 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되어진 세대라는 의미인데 아무튼 1세대 아이돌을 탄생부터 지금까지 파고 있고, '그래서'와 함께 성향이 방구석 덕후라 일대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21세기임에도 그 모든- 왕복 가능한 지금의 팬질 시스템-ㅂ-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훨씬 크다. 대체로 인간이란 호의를 권리로 인식하고 배려와 소통을 의무와 정당한 대가로 판단해 상대에게 무한한 희생을 요구하거든.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진 않겠지만 내가 한 발 물러나면 두 발 밀고 들어와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삼시세끼 12첩 수라상 정도는 내놓으라며 탄단지 고루 갖춘 3첩 반상을 뒤엎어버리는 게 인간이라고.
아... 물론 나는 언어사용이 가능했던 때부터 유구하게 인간을 불신하는 성악설 신봉자이긴 해.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나의 인간불신이 침소봉대로 보일 수 있겠고, 가능한 건조하길 바라는 내 표현도 내 의도보다 찐득할 수 있겠는데 이건 언변의 문제이지만...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느낌은 이쑤시개인데 산등성이에 박힌 쇠말뚝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분명 들긴 한다.
만- 어쨌는 나는 오늘 이 날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어.
이해 못 하는 건 절대 아니야. 내 아이돌, 내가 좋아하는 내 가수, 내가 사랑하는 배우에게 '힘내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마도 정말로 힘이 나겠지. 기운 나고 위로도 될 테고- 그 한마디가 내일을 씩씩하게 헤쳐나갈 어떤 자양강장제일 수 있어. 그러니까 이해를 못 하겠다!! <- 라는 건 아닌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더라도 팬사인회에서 얼굴을 맞대고 힘들다 말하는 사람은 타인의 부정적인 상태를 듣고 이해를 요구받는 사람의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고갈되는지 느껴본 적이 없거나, 자신의 힘듦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미처 그것까지 살필 기운이 없었던 걸까 싶어.
한 명도 아니었던 모양인데 아이돌이든 서ㅌ웅이든 덕후에게 우상은 존재 자체로 위안 받는 것이지 쌍방소통과 면대면의 위로를 요구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인식이 강한 아날로그 덕후로서는 정말 놀랍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내 아이돌이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좀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며 또 행하시는 것에는 별개의 존경과 감사를 품을 것이지만, 힘든 일과 괴로운 상황은 제발 개개인을 잘 아는 친우와 나누시고 나아가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시길 바란다.

왜들 이렇게 이기적일까?

Posted by 고로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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