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왠지... 잘 어울려. 상상도 가고- 그래서 의외라는 느낌이 없는데.
내가 이걸 못 보네. 못 듣네.
노래를 듣긴 해도 나는 아직 마왕 사진도, 이름도, 가끔 틧타에서 리틧 되는 마왕의 글이나 말도 잘 못 본다.
어쩌다 눈에 띄면 놀라서 덮어버려. 놀란다기 보단... 철렁 내려앉아서.
그래서 추모공연도 안 가는 건데, 사실 마왕이 없는, 다른 이가 부르는 마왕의 노래는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뎅이 나온다는 걸 알고서도 뭘 위해 가는 건지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게- 참, 쓰면서도 우습지만 그런 게 있더라.
살아있을 때 불러줬더라면 신나서 따라부르고 울고 웃고 소리지르고 그랬을 텐데.
라디오든 공연이든 언젠가 한 번은 두 사람이 같이 소름 돋게 썰렁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텐데.
근데-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간 사람의 흔적이란 건 꽤나 사람을 복잡하게 만드는데, 사는 동안 나를 가장 복잡하게 만든 이별이 아부지와 마왕이고
내가 '나'로 정제되기 이전에 지금의 내가 조형되는 내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도 바로 아부지와 마왕이다.
이제 꽉 채워 6년, 그리고 2년. 심지어 기일도 같아.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무기력하고 허무한 말과 사고, 행동들을 싫어하는데도 딱 이부분은 그렇게 되더라.
나는 이제 아부지와 야구를 보러 갈 수도 없고, 아부지랑 새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없고, 아부지께 도넛을 사다드릴 수도 없어.
마왕의 새 노래도 들을 수 없고, 계속 계속 옛 노래를 그리워하는 수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마왕의 노래가 이제 와 내게 무슨 소용이겠냐고.
적극적으로 그리워하고 적극적으로 추억하고 추모하고 기억하는 게 건강한 모습일진데 계속 피하고 눈을 감네.
6년을 채운 아부지와의 이별도, 마왕과의 이별도 나는 아직 하나도 극복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우리뎅 웃는 거- 소리만 들어도 왜케 좋냐.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