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 fromDayToDay 2023. 12. 5. 05:11
칠불암 마애불상군 n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뎅 공연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경주에 가질 않았을 테니까 여행의 영순위야 당연히 우리뎅 공연 관람인 것은 말 할 필요가 없겠으나 이왕 가게 되었으니 석굴암 오르는 새벽 산길에서의 ㄱㅅ 출몰 이슈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학여행 포함 세 번째인고로 이런저런 이유로 전에는 가지 못했지만 하루라도 젊었을 때-ㅂ- 봐야만 할 것 같아 별표 해 두었던 경주 여행의 두 번째 목표가 바로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아침 아홉 시에 길을 나서 산밑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니- 뭐 칠불암까지는 날씨처럼 내 기분도 아주 화창했지.
여행 전에 찾아 본 바로는 500m 정도로 높지 않고 온갖 유적이 사방팔방에 만발한데다가 산길도 산책 삼아 다녀올만 하다더라고. 그래서 굳이~~ 등산화따위는 준비하지 않았고, 여행 내내 걸어야 하니 발바닥이 편한 가벼운 운동화를 골랐는데 산에서 깨달은 바, 이 운동화가 밑창 요철이 거의 없는 거야;;;;;;;;;; 게다가! 야!! 누구니?!! 남산이 산책로 같다고 한 ㅅㄲ 도대체 누구였니?!!!!!!!!!!!!! ᕙ( ಠ益ಠ)ง
무릎 높이의 가파른 돌계단까지는 그래, 뭐 그러려니... 고지가 눈 앞인데 이까짓 거 기어올라가면 그만이지;; 아무튼- 완벽한 온도, 습도와 자연조명에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함마저 더해 칠불암까지 고생해 오른 보람이 넘쳐 잠시 감동(...)하고서 신선암을 향하는데 말입니다. 난간이나 줄 좀 매주면 안 됨?;;;; 아니 이런 바위 산에 길도 명확치 않아 사람들이 밟고 잡아 하얗게 바랜 흔적으로 여긴가? 저긴가? 긴가민가하며 오르는데 아차하면 데굴데굴 굴러떨어지기 딱 좋겠구만 왜 이렇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걸까? 하고 울면서 오른 신선암은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그 옛날에! 어째서?! 라는 경이만 가득한 곳이었달까나. 놓아준 나무 발판이 없었다면 정면을 볼 수조차 없는 위치인데 인간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도에는 한 시간 안쪽으로 나오지만 산길이니 두 배 잡아도 한 시간 반여인데 나는 세 시간 넘게 걸렸지만 진짜 오길 잘했다 싶어서 사실 여기까지는 그닥 힘들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실제로 크게 힘들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하산. 이제 와 말이지만 신선암에서 가장 짧은 루트를 골라 내려오는 게 현명했을텐데 바위를 네 발로 기어올라놓고도 나는 아직 문제의 그 '산책로'라는 단어에 꽂혀있었고 힘든=ㅂ= 산행을 했으니 짬뽕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4km짜리 용장마을 코스를 골라 내려갔다는 게 고난의 시작이었지. 내가 뭐 딱히 많은 산을 다녀 본 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응당 줄이라도 매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발 한 번 잘못 딛으면 그대로 추락하기 딱 좋은데- 북한산만 해도 바위나 경사가 있으면 거의 줄이 있잖아? 아니 왜 없어?! 왜 없죠? 이렇게 험한데... 무, 물론 내가 적은 정보로, 그것도 매우 잘못된 정보만으로 지나치게 가벼운 기분으로 오른 게 가장 문제이긴 했다만서도;; 사실 멀쩡하게 안 다치고 온 게 정말 천운이란 생각까지 들었다니까.
진짜 누구니? 너, 남산 가 본 거 맞니? 어딜 봐서 이게 산책로야?? 혹시 경공술 하니?? 
새삼스럽게 생각한 건데 산행의 문제는 괴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중도에 도무지 뭘 어찌 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그냥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발 밑을 잘 살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외에는 정말로 차선이고 뭐고가 없잖아.
이젠 짬뽕이 문제가 아니라- 공연 시간 전에 엑ㅅㅍ공원까지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 거지!! (ノ TдT)ノ
 
결론적으로 무사히 내려와 온종일 먹은 거라곤 바나나 한 개 뿐인 곯은 배에 물만 벌컥벌컥 쏟아넣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돌아와 결심한 건- 첫째, 평시에도 신을 수 있는 가벼운 등산화를 하나 사자! (지금 있는 건 오래 된 거라 너무 무거워서 부담스러워.)
둘째, 하루라도 젊을 때=ㅂ= 가기 힘든 곳부터 다녀오자!  lllㅇ<-<

Posted by 고로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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