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

※ FlamingOnions 2023. 6. 8. 00:33

자첫 때 커튼콜 찍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쩐지 당황해서 타이밍을 다 놓치고 2차=ㅂ=가 있는지 몰라 영상도 세 개로 조각조각 찢어져서 오르락내리락 아주 난리도 아니었거든. 그래서 이번엔 풀샷으로 흔들림없이 꽉 채워 찍어보겠다!! 하고 굳게 다짐했어. 미리 반쯤 걸쳐놓았던 폰을 후다닥 꺼내서리 아, 그래도 앞부분 춈 놓쳤어. 내가 그리 빠릿빠릿 재빠른 인간은 아니다보니;;; 어쨌든 각 잡고 화면 조절하고 녹화버튼 누르고! 한 손은 흔들림 없이 폰을 쥐고서 허벅지를 때리며 손뼉을 치느라 어쩐지 눈도 손도 머리까지도 정신이 없었지.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동영상 녹화가 아니라 사진을 눌렀더라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야 알았음;; 그래서 뎅해피도 없는- 심지어 한 장은 정체를 알 수조차 없는 사진 두 장만이 남았다지 말입니다. (/ㅠㅂㅠ)/
다른 때와 달리 공연회차도 적고 내 표는 더구나 적어서 기회도 없는데 그 한 번을 이렇게 날려먹고 자기 전에 좀 울다가 문득... 티켓이나 영상, 굿즈같은 게 남아있긴 하고 공식 자료도 있긴 하지만 뭔가 아주 오래이면서 또 찰나인 것같은 시간동안 우리뎅이 해오신 공연들이 나한테도 이만큼씩 쌓여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기분이 풀렸는데 뭐, 예~ 바보짓 이후 멘붕 방지를 위한 자기방어적 정신승리였던가... 라는 생각이 자고 일어나니까 들기도 하네;; ㅋㅋㅋㅋㅋㅋㅋ ㅠㅛㅠ 
 
어릴 때 나는 딱히 관심없이 그냥 마마님을 따라 갔던 이런저런 공연 이후로 내가 관심이 가서 본 공연은 'UMOJA'가 처음이었는데 이 때 사람이, 배우가 실제로 눈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공연의 에너지라는 걸 처음 느꼈던 것 같아. 배우들 모두 하나같이 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오가며 만들어내는 공연 특유의 열기말야. 사실 나는 뮤지컬도 연극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부분, 부분들 때문에 좋아한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데 그래도 그런 게 있단 말야. 관심 없고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가수의 공연도 실제로 보면 멋지고 노래도 좋은 것 같고;; 그런 거 좀 있지 않나? 아이맥스 화면에 돌비서라운드시스템으로 봐도 중계를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보는 게 다르잖아. 그러고 보면 이건 객석에 같이 앉아있는 관객들도 내 감동에 한몫 더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도 그랬어. 자첫 때보다 관객들 반응이 많고 격렬했달까나. 윌리의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주변에서 탄식하고 마음 아파하는 소리도 자주 들렸고 해피가 엉뚱한 소리 할 때의 웃음도 훨씬 많았고. 그래서인지 나도 좀 더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고 배우분들의 열연도 더 크게 와닿아서... 자첫 내내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이란 불호가 훨씬 컸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잠시 잊게 되더라. 난 연극 자체도 좋아한다고 할 수 없고 극히 불호인 극임에도 말야. 이래서 공연을- 실제 배우가 눈 앞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나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호흡으로 집중하는 관객이 있는 공연을 보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바보짓을 말끔히 지울 수 있는 건 아닌데도 뻘짓의 증거로 남은 달랑 두 장의 사진을 지우지는 못하겠더라.
이것도 내가 우리뎅이 밟아오신 길을 함께 따라왔다는 기억이잖아. 내 배우, 내 가수가 열심히 만들어 간 길을. 나도 같이.

Posted by 고로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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