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을 보다도 못한 정"

 

작업 특성상 나는 갑,을을 지나 어쩔수 없이 병이나 정이 될 수 밖에 없지만 드물게 '을'로서 계약할 때도 있긴 하다.

'을'일 때는 고료를 떼이거나 밀린 일이- 마감 자체가 미뤄져서였던 때 외엔 그닥 없었으나

병이나 정일 때는 왕왕 있지. 밀리는 건 을이 갑에게서 지급을 받아야 내게까지 오니 그 자체가 을의 문제였던 적은 없었고

아예 떼이는 건 어... 두 번? 한 번은 나도 걔를 믿지 않았던 탓에 작업을 간 보며 했던 터라 피해가 적어서 그냥 손 털었는데

다른 하나는 갑의 사무실을 한바탕 뒤집어 엎고서 숨어버린 을을 찾아 온갖 ㅈㄹ과 생쇼를 한 뒤 석달 만에 마무리.

근데- 10년 남짓 이쪽 일을 하면서 이정도의 피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내게 해가 될 것같은 문제에 대해 감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 또 운도 좋았던 편이거든. 돌아보면 말이지.

내가 을이 되든 병이나 정이 되든간에 생기는 공통적인 문제는 기사 본문 하단에 나온다.


번역가 K씨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오히려 작업료가 깎였지만 프리랜서는 힘이 없어 회사가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번역료의 20% 정도인 재방송료는 일언반구 없이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외주편집자 C씨는 "1주일은 걸릴 일을 3일 만에 끝내달라고 요구하면서 마감일을 넘기면 작업비를 깎겠다고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1.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오히려 작업료가 깎였지만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

2. 1주일 걸릴 일을 3일 만에 끝내라 요구하며 마감을 넘기면 작업비를 깎겠다고 한다.

이게 작업내용이 달라도 이 분야에서는 공통되는 문제였던가 보다. 난 내가 하는 일 밖에는 모르니까.

1번의 경우, 참 우울한 게... 스스로 나서서 고료를 깎는 이들도 있다는 건데, 그들도 그러고 싶지야 않겠지, 당연히.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고 이거라도 이렇게라도 안하면 당장 끼니 걱정하게 생겼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라도 하는 거다.

아는 사람들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마다 붙잡고서 이 가격 이하로는 절대 하지말라는 말도 했었지만

그것도 진짜 6,7년 전쯤에나 통했지, 지금은 차마 입도 안 떨어진다.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시간과 작업의 퀄리티 대비, 거의 반 이상 가격이 내려간 게 맞지 싶네.

2번은 지금도 매~~~~~~~번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는 문제.

비교적 손이 빠른편인 나는 처음부터 손이 빠르지 않다고 멍석을 깔아놓는데... 한 번 불가능할 듯한 작업을 맞춰주면

다음엔 더 불가능한, 진심으로 미션임파서블을 해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감 펑크내면 나만 돈 못 받는 거니까-ㅂ- 해주긴 해줘야지. 해주긴 해주는데... 아슬아슬하게, 갑이 똥줄 타게.

너도 당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ㅂ=);;;;;;;;;; 헐킈;; 이거 혹시 일 관계로다가 나 아는 누가 보진 않겠지;;;;;;;;;;;;;;;;;;;;;;;'

2번이야 전형적인 갑의 횡포라 치더라도, 10년 이상을 꾸준히 내려가기만 하는 고료는 정말이지 답이 없다.

 

 

 

+ 오늘의 하이쿠 - 꽃뎅은 나날이 리즈를 갱신하고 내 고료는 나날이 최저가를 갱신하네. ( 'ㅅ')

 

Posted by 고로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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